매 번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내가 의식처럼 하는 일이 있다.
여러 유튜브와 sns를 통해 맛집 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많이 먹기 위해 살을 좀 빼서 가는 거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시경의 먹을 텐데'라는 채널을 중심으로 많은 맛집들을 스크랩하고, 살도 한 3 kg 어렵게 뺀 후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한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매 번 그렇듯, 올해도 나의 맛집 리스트는 친정 부모님와 시어머니의 집밥, 그리고 동생부부와 친구들이 끌고 다닌
동네 맛집들 덕분에 무용 지물이 되었다.
어찌 보면 참 행복한 일이라 컴플레인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캐나다에 돌아와 한국 방문 중에 내가 먹은 것들을 사진을 통해 정리하다 보니
내가 얼마나 복이 많고 사랑받고 있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하나라도 먹이고 싶어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성을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었기에 말이다.
![]() |
![]() |
![]() |
![]() |
![]() |
제부가 처형 오면 먹여야 한다며, 우리 부부가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데리고 간 청라 맛집,
방어가 제철이라 너무도 고소하고 맛났다.
캐나다에서는 못 먹는다고 과메기에 꼼장어, 세꼬시, 빠질 수 없는 매운탕까지...
동생 부부의 정이 느껴져서 마음이 훈훈했다. 또한 동생 부부는 우리 오면 사준다고 우리 못지않게 맛집 리스트를
뽑아 놓고 있었다.
![]() |
![]() |
![]() |
낙지전골을 다 먹은 뒤에 볶아 먹은 볶음밥은 과히 환상적이었고, 며칠 뒤 데려간 설렁탕과 도가니탕의 깊은 맛은
동생 부부의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동생 부부는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불맛 나는 돼지 불백에
술 먹은 속 달래라고 얼큰한 해장국까지 우리에게 지극 정성이었다. 사랑한다 우리 동생, 제부...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도 우리에게 사랑 넘친 밥상을 차려 주었다.
친구는 새벽부터 연안부두에서 신선한 회를 우리에게 먹이기 위해 바삐 움직였고, 우리를 초대하기 이틀 전부터
호주에서 어머님이 보내 주신 귀한 갈비를 아껴두었다가 재워 놓았다고 한다. 정말 마음이 울컥하는 감동을 준다.
이 마음과 정성을 어찌 갚을꼬....
![]() |
![]() |
또 다른 친구가 일하는 김천에 놀러 갔을 때 친구는 따뜻한 마음 담아 김천에서 최고 맛있는 국밥과 떡갈비를 사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솜씨를 발휘해서 정말 예쁘고 건강한 샐러드를 정성껏 만들어 주었다.
![]() |
![]() |
![]() |
![]() |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의 마음을 저리게 한 최고의 음식은 우리 어머니들과 친정아버지의 음식들이었다.
친정 엄마와 아빠, 그리고 시어머니께서는 매일매일 우리를 위한 밥상을 준비하시느라 몹시 바빴고
매 끼니마다 사랑이 넘치는 최고의 밥상들을 차려내셨다. 정말 죄송스럽고도 마음이 찡한 밥상들이었다.
뭐 하나라도 입에 넣어 주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에서 참, 우리는 복도 많은 사람들이고
또한 이 부모님들의 사랑을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 싶었다.
90살이 다 되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어머님의 김치 찌개가 그리웠다는 말 한마디에
며느리에게 김치찌개 끓여 준다며 이웃어른께 묵은지 두 포기를 얻어오셔서 2시간 넘게 돼지고기 넣어 푹 끓인
김치찌개를 만들어 주셨고,
80살이 되신 친정아버지는 만두가 먹고 싶다는 말이 무섭게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다며
빙판길 마다하지 않고 사서 뛰어 오시더니 식기 전에 먹으라고, 식으면 맛없다고....
친정 엄마는 나 한국 가기 몇 달 전부터 눈에 띄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먹거리를 사서 만들어
냉장고를 꽉꽉 채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게장에, 푹 익어 곰삭은 무채, 더덕 무침, 매실 장아찌, 마늘장아찌, 민어, 갈치, 새우,,,,뭐 먹고 싶다고 말만 하면 요술 방망이 마냥 냉장고에서 튀어나왔다.
![]() |
![]() |
![]() |
![]() |
![]() |
이번 음식들은 단순히 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즐기는 도구가 아니었다.
난, 이 수많은 음식들을 통해 내 사랑하는 부모님들과 형제, 그리고 친구들의 조건 없는 사랑을 듬뿍 느끼고 왔다.
아니 정성껏 마음에 안고 왔다. 행복했고 행복했다. 그리고 마음이 많이 저린다..... 벌써 그들이 많이 그립기 때문이다.
자!!!! 시작해 볼까!!!
2023년을 그 그리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멀리 두고 이곳에 왔으니 또 열심히 살아 나가야겠지.
난 음식을 먹고 온 게 아니다. 사랑을 먹고 왔다.
알맹이는 놔두고, 필요 없는 것은 빼내야겠지...
내일부터 다이어트 시작!!!!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년의 산책로 > 최 여사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갱년기의 삶, 우울함과 외로움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 (0) | 2023.01.05 |
---|---|
추운 겨울 시작점에서 갱년기를 버티는 식단들 (0) | 2022.11.04 |
갱년기 다이어트 식단; 우울증, 기억력 개선에 좋은 오메가 3, 연어 요리 -연어 포케 (0) | 2022.10.29 |
폐경후, 갱년기 자기관리 7일차 (0) | 2022.10.19 |
폐경후, 갱년기 자기관리 6일차 (0) | 2022.10.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