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곳은 어제부터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곳은 겨울이 너무나 길고 춥고 눈도 많이 내리기 때문에 첫눈의 로맨틱함을 잊고 산지 오래다.
매 년 겪는 일이지만 마당에 쌓인 눈을 보면, '언제 저걸 다 치우나...' 하는 짜증과
출근길에 어김없이 미끄러운 길 때문에 겪는 교통 체증, 그리고 길을 걸을 때면 눈에 푹푹 빠져서 신발과 양말의 축축함을
느낄 때면 정말 하루가 우울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날 거리에서 파는 뜨끈한 어묵 국물과 떡볶이, 붕어빵으로 허기와 추위를 달래는 재미나 있겠지만
이 놈의 나라는 그런 재미도 없다.
그래도 눈에 가끔 들어오는 풍경과 춥지만 상큼한 공기에 그나마 위로를 받는다.
직장 근처에는 주차 할 곳이 마땅치 않아 걸어서 25분 거리에 차를 주차하고 직장까지 운동 삼아 걸어가는데
눈밭을 걸으려니 미끄럽고 춥고 해서 그런지 평소 보다 에너지를 두 배로 쓰는 것 같았다.
직장에 도착하니 얼었던 손과 얼굴이 난방 열기에 화끈거리며 오한이 왔다.
정말 뜨끈한 무언가로 몸을 풀고 싶어서 Butternut squash(노란 호박) 수프를 데워서 호호 불며 한 수저 떠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Butternut squash(호박 스프)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Butternut squash를 깍둑 썰고, 채 썬 양파, 마늘과 함께 버터에 볶다가 야채를 우려낸 국물(vegetable stock)을 넣고
'폭폭' 끓인 후 핸드 블랜더로 '훅' 갈아 주면 끝이다. 물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야한다.^^
영양을 더 추가하고 싶으면 호박씨를 가니쉬로 뿌려 먹으면 더 고소하고 맛있다.
아침을 수프로 먹으니 속이 편하고 따스했다. 종종 아침을 영양 스프로 가볍고 따뜻하게 먹는 것도 갱년기에 약해진 위장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은 rye bread 두 조각을 잘라 수제 마요를 바르고, 스크램블 달걀과 스모크 살몬, butter leaf lettuce를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Butter leaf lettuce는 우리나라 상추와 비슷하나, 식감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연한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다른 재료의 맛을 은은하게 뒷받침해줘서 샌드위치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Rye bread는 한국에서는 호밀빵으로 불린다.
호밀빵은 밀가루 빵과는 달리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고, 소화가 잘되고, 혈관 질환과 심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조금은 죄책감 없이 갱년기 식단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단, 글루텐에 민감하신 분들은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겠다.
아들이 감기로 고생을 심하게 했다. 갑자기 겨울이 닥치니 대비할 틈도 없이 감기에 확 걸려 버렸다.
열이 조금 나고 기침을 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코비드는 아니었다. 감기 끝물 즈음....
퇴근하고 돌아오니 쌀국수를 한 사발 먹으면 나을 것 같다고 하길래 얼른 털고 기운 내라고
저녁은 가족이 쌀국수를 먹으러 단골 가게에 갔다. 한국에선 설렁탕이나 국밥 한 그릇 먹으면 감기가 뚝 떨어지듯
여기선 감기엔 쌀국수가 최고다. 쓰리라차 소스와 고추기름을 듬뿍 넣고,
얇게 저민 고기와 싱싱한 숙주와 쌉쌀한 타이 바질, 국수를 함께 젓가락으로 후루룩 한 입 가득 먹은 후
라임 주스의 시큼함이 녹아 있는 국물을 들이켜면 땀이 쭉 나면서 감기는 그 자리에서 '안녕~~~~'이다.
쌀국수는 한 그릇에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는 정말 맛있는 음식인 것 같다.
그리고 몸이 안 좋을 때뿐 아니라 가끔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한 그릇 먹으면
갱년기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국물까지 한 방울 안 남기고 탈탈 털어 먹었겠지만 요즘은 뱃살 관리 중이라 면도 반은 남편 덜어주고
국물도 남겨주고 딱 알맞게 먹고 젓가락을 놓았다.
요즘은 '알맞게 먹고 젓가락 놓기' 미션 중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지키려고 한다.
아들도 한 그릇 시원하게 때리더니 감기가 뚝 떨어진 것 같다며 개운해한다.
어차피 겪어야 할 추운 겨울이라면 어떻게 재미지게 이 겨울을 버터낼 것이지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야겠다.
나의 갱년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것으로 오늘 하루 열심히 먹은 갱년기 자기 관리 식단 보고를 마친다.
오늘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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