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더니 어려서부터 친구들이 이틀 휴가를 받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김천에서 일하는 친구가 폭설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려우니 그냥 김천으로 KTX 타고 내려오라 해서
나와 딸 그리고 또 다른 친구와 딸, 이렇게 KTX를 타고 김천으로 향했다.
어려서부터 친구와 이제 다 큰 대학생 딸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쉼 없이 수다를 떨며 소풍 가는 길이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엄마들이 친구이니 딸들도 금방 친구가 되는 것도 신통방통했다.
김천에서 일하는 친구는 김천이 시골이라 어디를 구경시켜야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지만,
나에게 김천은 생각보다 정비가 잘 되어 있고, 깨끗한 신도시로 다가왔다.
있을 것도 다있고 이만하면 살 만한 도시 같았다.
김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폭풍 수다로 하루를 거하게 보낸 다음날 아침,
친구가 김천의 맛집인 '그린'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숙취엔 이만한 게 없다는 말과 함께...^^
"그린'은 베트남에서 시집 온 주인아주머니와 한국인 아저씨 부부가 소박하게 하는 쌀국숫집이다.
캐나다에는 현지인들이 하는 많은 쌀국숫집이 있고, 심심하면 먹는 게 쌀국수라, 내가 굳이 한국에 와서까지
쌀국수를 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친구가 너무 맛있는 집이라고 입에 바르게 칭찬을 하는 데다가
나 빼고 모두 먹어보고 싶어 해서 한번 믿고 가 보기로 했다.
친구가 11시에 오픈하는데 자리가 없을 수 있으니 서둘러 가야 한다고 해서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오픈하고 우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과연, 뒤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메뉴는 정말 간단했다. 오리지널 쌀국수, 얼큰 쌀국수, 월남쌈, 짜조
주인 부부 둘이 하시기에 주문받고 조금 늦게 나왔지만 시간 넉넉한 우리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줄 서있던 손님들이 기다리다 지쳐 나가 버려도 주인 아저씨는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라면 속상했을 텐데... 하긴 다른 손님들로 다시 곧 채워지긴 했지만...
기다림에 지칠 무렵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리지널 쌀국수, 얼큰 쌀국수, 짜조, 월남쌈... 골고루도 시켰다...
(얼큰 쌀국수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ㅠㅠ)
쌀국수는 고기도 많이 올려져 있었고, 캐나다 여느 집에서 먹었던 탁한 고기 국물이 아닌,
아주 맑고 가벼운 느낌의 국물이어서 '이거 맹물 아냐?' 하는 의심을 가지고 한 수저 들이키니...
와~~~ 정말 밤새 먹은 술에 뒤집혀 있던 속이 확 풀리며..
'어흐..'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피쉬소스 베이스인데,, 어찌 이런 맑고 진한 맛이 나는지.. 또 국물이 달짝지근한 게 입에 쩍쩍 달라붙었다.
가격 또한 8000원, 8$이다. 캐나다는 지금 쌀국수 가격이 15$이니 캐나다에 이런 집이 있다면 매일 사 먹겠다 싶고,
한국에 사시는 모든 분들이 부러운 시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지 않은가, 특히 김천분들..^^)
'짜조' 또한 달짝지근하면서 튀긴 거 같은데 쫀득한 식감이 있어서 별미 었다.
정말 김천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감사했다. 이런 맛있는 쌀국숫집을 소개해줘서..
이곳은 로컬분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맛집이다.
또, 소박하게 욕심 없이 하실 것 같은 주인 부부의 친절함도 자그마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소소하게 번창하시길 바란다.
기분 좋게 쌀국숫집을 나선 우리는 카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긴 후, 아쉬움과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KTX를 타고 올라왔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과 또, 우리들의 딸들과 함께한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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